도시엔 없는 '우리'라는 마법, 경북 용궁면 월오리의 따뜻한 봄 풍경

94세 할머니부터 이장님까지, 온 마을이 하나 된 '바위솔' 심기 대작전

사라져가는 두레 정신의 부활, 월오리 로터리에 핀 상부상조의 꽃

봄볕 아래 다시 피어난 월오리의 '우리'라는 마법.  사진=강구열기자

 


94세 할머니도 호미 든 일요일, 월오리 로터리에 피어난 ‘현대판 두레’

 


[경북 예천] 봄볕이 완연한 2026년 3월 22일 일요일 오전, 경북 예천군 용궁면 월오리 마을 입구가 화사한 꽃단장을 마치며 희망찬 봄의 시작을 알렸다. 삭막한 아스팔트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월오리 주민들이 보여준 풍경은 잊혔던 고향의 향수와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전통의 숨결이 깃든 상부상조의 재발견

 


이번 행사는 단순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의 힘을 증명하는 현장이었다. 안상훈 이장의 주도로 진행된 이날 작업은 용궁면 행정복지센터(면장 장인식)로부터 지원받은 바위솔(와송)을 심어 마을의 첫인상인 로터리 꽃동산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두레는 과거 농경 사회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공동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직했던 자발적 협동체다. 오늘날 효율성과 이익만을 따지는 풍조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으나, 평균 연령 70세가 훌쩍 넘는 월오리 주민들이 마을 공익을 위해 한뜻으로 나선 행위는 현대판 두레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94세 최고령자부터 이장까지, 세대를 잊은 화합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마을 최고령자인 94세 할머니의 손길이었다. 굽은 허리를 펴가며 어린 새싹 같은 와송을 정성스레 흙에 심는 어르신의 모습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숭고함마저 자아냈다. 주민들은 서로 농담을 건네며 손발을 맞췄고, 누군가는 물을 나르고 누군가는 경운기를 이용하려 골라 낸 돌과 잡초를 실어 나르고 누군가는 호미로 자리를 잡는 완벽한 분업을 선보였다.

 

 

"사람의 온기만큼 세상을 밝히는 건 없습니다. 94세 어르신부터 온 마을이 나선 것은 우리가 아직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따스한 약속입니다."

 

"혼자 하면 일이지만 함께 하면 잔치라오", 시골살이의 진정한 멋을 찾아서.  사진 =강구열

 

 

마을 대소사를 챙기며 이번 행사를 이끈 안상훈 이장은 평소에도 주민 화합과 복지 향상에 앞장서며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척박한 바위에서도 자라는 와송처럼 단단한 유대

 

 

주민들의 구슬땀으로 가꿔진 로터리는 이제 월오리의 얼굴이자 공동체 정신의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는 바위솔 와송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마음도 이 로터리에서 더욱 단단하게 결속되었다.

 

 

이번 꽃동산 조성은 인구 소멸을 걱정하는 수많은 농촌 마을에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마을 입구가 화사해질수록 주민들의 자부심은 깊어질 것이며, 실향민들에게는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포근한 고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흙 묻은 손마디에 피어난 진정한 사람 사는 향기. 월오리의 일요일은 각박한 현대 사회에 공동체적 유대가 여전히 유효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정명하게 보여주었다.
 

 

 

 

 

작성 2026.03.24 09:00 수정 2026.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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